제가 언어학 올림피아드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막연하게 언어학에 관심이 있던 저는 그런 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자마자 꽂혀버렸습니다. 홈페이지에서 IOL 연습문제를 접하고 난 뒤에는 문제를 풀어가며 규칙을 찾아내는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어서 한국 언어학 올림피아드 신청 공지를 보게 되었고, 지금의 제 나이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저는 망설임 없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시험장에 가지는 못하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봐야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기출문제가 아닌 실전 문제를 접하니 어렵기도 했지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대회 결과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간신히 50등 안에 들게 되었고, 아시아 태평양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다음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저는 겨울 방학 동안 겨울학교와 통신 교육을 빠짐없이 챙겨들었고, 수업 시간에 배부한 자료들을 전부 풀어보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많이 풀이하였습니다. 기존에 봤던 시험과 달리 이번에 보게 될 시험은 풀이 과정을 요구하기에 그 풀이 과정을 정리하는 연습을 철저히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험을 보게 되었고,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문제 난이도에 애먹기도 하였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였고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 마지막으로 다음 기회를 얻게 된 저의 이름을 결과 페이지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상위 8명만이 다음 기회를 얻는데 제가 8등이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시험인 IOL만 남은 상황이건만, 저는 고3이었기 때문에 마냥 언어학 공부만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학교 일정에 치이며 생활하느라 IOL에는 거의 대비하지 못한 채로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직접 외국에 가서 시험을 보고 다른 친구들을 만날 수는 없어서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서울에 모여 한국 대표들은 만나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험은 역시나 국제대회에 걸맞는 난이도였습니다. 개인전은 총 다섯 문제였는데, 저는 두 문제밖에 풀지 못했습니다ㅠㅠ. 그리고 팀전 문제에서 주어진 너무나도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하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있을지 모를 결과였지만, 대회 기간 동안 저는 정말 재미있었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언어학이란 분야는 굉장히 마이너한 분야인데, 저와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았다는 사실은 정말 기쁜 일이었습니다. 상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저는 정말 많은 것을 얻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저는 집으로 돌아왔고, 시상식 영상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영광스럽게도, 장려상과 최고의 풀이상을 받게 되었습니다(풀었다던 두 문제 중 하나). 상을 하나도 아닌 둘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그때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저에게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대회의 마무리로서는 최고의 마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IOL에, 나중에 다른 형태로서도 관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언어학에 관심이 있는 여러분들도, IOL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가고 무언가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2020년 8월 1일
작성 | 정진우
– 광양제철고등학교 3학년 재학
– IOL 2021 Ventspils 국가대표 (니은 팀), 개인전 장려상 및 최고의 문제풀이상 수상
– APLO 2021 동메달, KLO 2020/21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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